애 봐주던 60대 장모, 사위가 돈봉투 꺼내자 “나 사실 한달만 쉬고싶다”

손주 키우다 손주병 … 한 달만 쉬고 싶다

한국은 직장맘이 애 키우기 힘든 나라다. 갓난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쉽지 않고, 보내더라도 아침저녁 시간엔 구멍이 생긴다. 손 내밀 데는 부모밖에 없다. 환갑 안팎 나이에 손주를 보는 것은 중노동이다. 손목·허리에 탈이 생긴다. 개인시간도 없다. 자식은 이런 아픔을 알아주기나 할까. 5월은 가정의 달. 손주를 돌보는 부모의 건강악화 실태와 예방법을 알아본다.

“애야, 어디 가니.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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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휘경동의 한 아파트. 생후 16개월 된 손주와 할머니 이정인(63)씨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블록을 갖고 놀던 아이가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씨는 지난해 둘째 딸(39)이 애를 낳으면서 충남 아산에서 서울로 왔다. 12.6㎏ 손주를 안을 때 손목과 허리에 무리가 간다. 애를 돌본 지 1년여 만에 탈이 났다. 이씨는 손목에 압박붕대를 하고 허리 보호대를 차고 지낸다. 석 달 전에는 척추관협착증 시술을 받았다. 이씨는 “애 키우고 다섯 식구 살림을 하려니 진짜 힘들다”며 “잠을 못 잘 정도로 팔과 어깨가 아파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황혼 육아’ 탓에 몸에 탈이 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소위 손주병(病)이다. 황혼 육아는 노화를 촉진한다. 흔히들 ‘손주 한 명 키우면 1~2년 늙는다’고 한다. 장안동 튼튼병원 조양호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 허리 디스크, 관절염 등으로 병원을 찾는 60대 이상 여성 열 명 중 서너 명은 손주를 키우는 경우”라며 “처음에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손주를 키우면서 빠르게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홍수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이사장은 “손주를 키우며 마음이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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