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 쥔 채 발견된 사무장 … 다시 뛸 희망은 있다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씨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수협 통장에 돈 있으니 큰놈 등록금으로 써라. 지금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선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식당칸에 있던 아르바이트생과 조리담당 직원을 탈출시킨 뒤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키려고 마지막까지 온갖 애를 썼다는 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결국 세월호 침몰 한 달 만에 한 손에 무전기를 쥔 모습으로 인양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공소장을 통해 세월호 침몰 순간과 선원들의 탈출 상황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한 이유가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수사본부는 일부 선원에게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승객이 대기하고 있으면 자기들의 구조가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고 먼저 탈출했다는 게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사무장 양씨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자신의 목숨보다 승객과 동료를 먼저 챙기기 위해 위·아래가 뒤집어지고 물이 차오르는 위험천만한 선체를 뒤지고 다녔다. 세월호 간부급 선원으로는 유일한 사망자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친 선장·선원의 비겁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다. 승객에게는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해놓고 몰래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는 통렬한 반성을 넘어 집단자학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면수심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의인(義人)이 적지 않았다. 승무원 박지영씨는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김기웅·정현선 승무원 역시 남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선실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했다. 남윤철·최혜정 교사도 끝까지 제자의 탈출을 돕다가 희생됐다. 단원고 정차웅군은 또 어떤가. 구명조끼를 학우에게 벗어주고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들의 모습은 참사 현장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같다.

 그동안 양씨의 가족들은 가혹한 시련을 겪었다. 당국은 실종 상태인 양씨를 한때 출국금지 명단에 올려놓는 실수를 저질렀다. 가족들은 죄인이 된 심정으로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서 숨죽여 슬픔을 달래야 했다. 정부는 박지영·김기웅·정현선씨처럼 양씨 역시 의사자로 인정해줘야 한다. 아울러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다른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최대한 예우를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경악과 분노, 자책에 짓눌려 있다. 진심 어린 애도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이때 양씨와 다른 승무원·교사·학생의 의로운 모습은 험한 바다의 등대가 될 것이다. 악이 아니라 선,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받칠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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