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 이상하다고? 인간이 더 그래

때는 1997년, 문민정부 후기의 대중문화계를 놀래킨 사건이 있었다. ‘황당하고 신기하고 혜성같이 나타난’ 황신혜밴드(황밴)의 출현이다. 트로트·록·메탈·펑크를 합종연횡한 음악에 B급 장르물을 방불케 하는 무대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대중은 환호했고 “서구 록에 대한 미망의 한 자락까지 걷어버린 밴드”(강헌 음악평론가)라는 평도 얻었다. 인디신(인디밴드의 활동 영역)에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격이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나머지 방송 출연은 정지되기 일쑤였다. 3집 ‘병아리 감별사 김씨의 좁쌀 로맨스’ 이후 12년의 공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중이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밴드를 이끌어온 김형태(48)가 사운드 디자이너 허동혁(33)을 영입해 내놓은 4집 ‘인간이 제일 이상해’는 다시금 황밴의 전대미문 유일무이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이 ‘이상한 밴드’의 단계별 공략법을 준비했다.

 ◆ 1단계 – 짬뽕 먹기=우선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킨다. ‘짬뽕’(1997)은 황밴의 최고 히트곡이자 사상이기 때문이다. ‘짬뽕왕국’은 모든 음악이 뒤섞이고, 모든 문화가 어우러지는 세상이다. 규칙도 제도도 MSG도 없이 버무려져 세상에 없던 맛을 낸다.

 ◆ 2단계 – 레이디가가와 다프트펑크로 마음 다스리기=배를 채웠다면 눈이 놀랄 차례. 일단 쇠고기를 몸에 두른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헬멧을 쓴 다프트펑크를 보며 예열한다. 황밴은 더 기괴해서다. 한 마리의 파리가 되었다가 외계인으로 변신하고 삽살개처럼 온몸에 털을 붙이기도 한다. 뮤지션의 카리스마와 신비감은 의상에서 나온다는 게 김형태의 지론이다. 그는 너바나가 음악계에 미친 폐해를 꼬집는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서는 건 잘생긴 커트 코베인이니까 가능하다.”

 ◆ 3단계 – 뽕에 취하고 전기 충격에 깨기=황밴에 이른바 ‘뽕짝’이 빠지면 황신혜가 없는 거다. 새 앨범의 ‘쌍방과실’ ‘마지막 휴게소’ ‘나비처럼, 벌처럼’ 같은 곡은 뽕끼가 절절하다. 왜 트로트냐고 물었더니 “특산물을 내세운 세계 시장 공략”이라고 대답했다. 대신 사운드는 디지털을 적극 수용했다. 기타·베이스·드럼 대신 버클리 음대에서 신시사이저를 전공한 허동혁이 1인 다역을 맡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하니 재기발랄하고도 눈물나는 황밴만의 ‘웃픈’ 정서가 나온다.

 ◆ 4단계 –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 되기=공백 기간 동안 우주를 한바퀴 돌고 온 김형태는 인간이 제일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타이틀곡 ‘인간이 제일 이상해’는 남을 죽이기도, 남을 위해 죽기도 하는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홍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30여년 간 미술가, 배우, 청년멘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 현 문화융성위 전문위원 등 안 해본 것이 없지만 인간은 영원한 물음표다. 이 질문에 많은 이가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 중에 김형태가 제일 이상해.”

 ◆ 5단계 – 2만 명 모으기=신곡까지 숙지했다면 이젠 공연이다. 그런데 황밴은 “2만 명이 출동하면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호기로운 자세라니. 김형태는 “세상에 생업이 되어선 안 되는 직업이 3개 있는데 목회자, 정치인 그리고 아티스트”라고 했다. 생계가 되면 타협과 부패가 발생해서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2만 명을 모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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