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씨는 숨지 말고 국민 앞에 나와라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船主)로 알려진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그의 자녀와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청사에 나오지 않은데 이어 유씨까지 수사 거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제 검찰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유씨 일가에 대해 법 원칙의 엄정함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

유씨 일가와 관계사들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어제 유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다. 유씨에 대한 영장 청구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본다. 앞서 검찰이 유씨에게 어제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유씨는 별다른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불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녀들의 연이은 불출석과 잠적,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유씨의 영향력 등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사무국 대변인은 지난 15일 금수원 앞에서 “유 전 회장이 금수원 내에 있다면 정문으로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유씨는 어제 인천지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씨가 금수원 안에 없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대변인의 말이 허언이었는지 허탈감을 자아내고 있다. “깊이 사죄한다”는 침몰참사 6일 후의 사과문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유씨 자신의 입장 발표도 시간 끌기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신도들의 보호막 뒤에 숨어 있는 유씨 일가의 모습에 환멸만 느껴질 뿐이다.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과 유씨 일가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숨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유씨가 상습 과적과 무리한 운항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마당이다. 지금이라도 유씨와 그 일가는 국민 앞에 나와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은 조사 과정에서 행사하면 된다. 만약 유씨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까지 거부한다면 검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유씨 일가와의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 사법정의에 도전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유씨 일가가 깨닫게 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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