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

‘KBS방송의 인사와 보도에 진정 청와대가 개입했는가?’

2014년 5월 공영방송 KBS에 던져진 질문은 이 시대 공영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이어서 사뭇 참담하다. 더구나 이 질문은 외부에서 제기된 의혹이 아니다. 내부, 그것도 불과 며칠 전까지 KBS 보도를 총괄했던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서 불거졌다.

 KBS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로 물의를 빚었고,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직후 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KBS 기자총회에서 “길 사장이 직접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사퇴를 종용하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길 사장이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는 등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정황도 설명했다.

 길 사장은 즉각 “이 폭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도 믿지 않는 모습이다. KBS 보도본부 부장단이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히며 길 사장 퇴진을 요구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투표에선 98%가 그의 퇴진에 찬성표를 던졌다. 또 길 사장의 개인 비리를 종합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KBS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는 KBS가 소중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란 점이다. 특히 현재 제기된 논란 자체가 언론의 존재 이유마저 부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 정치적 중립,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언론의 독립성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KBS 사장과 전 보도국장, 그리고 KBS본부 노조의 진흙탕 싸움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다.

 길 사장은 오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보도에 있어 없는 팩트를 지어내거나 있는 팩트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건 언론인의 원칙이다. 비록 선정적 보도라 해도 팩트의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 길 사장과 KBS가 언론인의 양심과 원칙에 근거한 정직한 팩트를 고백하는 과정을 통해 침몰하는 KBS호를 구조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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